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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 교수 칼럼

[KIEP 대외경제정책연구원] [CSF 이슈분석_전문가 오피니언] "中 저가 전기차 공습과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 변화"

[KIEP 대외경제정책연구원] [CSF 이슈분석_전문가 오피니언] "中 저가 전기차 공습과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 변화"

  서론 전기자동차를 최종 제품으로 하는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은 배터리 부품 제조가 핵심단계로 알려져 있지만 단계를 따져보면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 채굴과 가공, 배터리 구성물질과 부품(battery components), 배터리 셀 제조와 조립,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가치사슬 단계별 가치창출 측면에서 채굴과 가공은 전체 공급망의 2%에 불과하고 배터리 제조/조립이 46%, 최종 전기차제조가 52%를 차지한다.1) 지난 10여년간 채굴/가공, 배터리 제조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전기차 공급망 경쟁이 전기차 제조로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급격히 늘어난 2021년 이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2년만인 2023년 하반기부터 수요정체를 겪고 있다. 혁신적 제품이 초기 얼리어답터 위주의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를 아우르는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 침체기(캐즘, chasm : 기술 혁신이 대중화로 이어지기 전 일시적인 정체)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현재 전기차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2023년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은 16%였다. 미국 유럽의 전기차 수요가 감소했고 중국 배터리공장 가동률은 50-60%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제둔화로 소비여력이 줄어들자 과잉생산된 중국의 전기차가 저가로 해외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전기차에 올인하는 전략을 펼친 테슬라는 주가가 하락하는 반면 하이브리드 위주의 전기차 전환 전략을 펼쳐온 일본 토요타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누리고 있다. 애플은 10년 공들인 자율 주행차 ‘애플카’ 프로젝트에서 철수했다. 레벨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술개발이 요원하다고 본 것이다.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 자동차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아무리 전기차 전환이 진행된다 해도 순수전기차 점유율은 향후에도 30%를 넘지 못할 것이며 나머지 70%는 하이브리드차나 수소전기차 수소엔진차 등이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2)  전기차 전환이 대세가 될 2030년경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자동차 시장의 추이는 세계경제와 강대국 기술패권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21세기 석유라고 하는 핵심광물 확보와 배터리부품 제조 측면의 지난 10여년 중국의 우위가 최종 제품인 전기차 생산과 수출의 중국 우위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 BYD가 한국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차 진출로 국내 시장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 1) Maria Daniela Sanchez-Lopez, “Geopolitics of the Li-ion Battery Value Chain and the Lithium Triangle in South America,” Latin American Policy, Vol. 14 (2024), pp. 22-45. 2) 박영우, “하이브리드차 타고 질주 . . . 토요타, 일본 시총 기록깼다,” 『중앙경제』 2024.1.29

2024.05.20

[서울경제] [시론] 中 저가 전기차 공습의 파장

[서울경제] [시론] 中 저가 전기차 공습의 파장

원본기사 링크: [시론]中 저가 전기차 공습의 파장 | 서울경제 (sedaily.com)   2023년 한 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약 500만 대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이 가운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약 120만 대였다. 전기차 전환이 대세가 될 2030년께 전기차 위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향배는 세계 경제와 강대국 기술 패권 경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로서는 21세기 석유라고 하는 핵심 광물을 확보하고 배터리 부품 제조 측면에서 지난 10여 년간 우위를 보인 중국이 최종 제품인 전기차 생산과 수출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다.   2021~2022년 중국은 한 해 3000만 대 정도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100만~150만 대가량을 주로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는 국가였다. 2023년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로의 내연차 수출 급증, 중앙아시아·브라질·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로의 내연차 및 하이브리드차 수출 증가, 그리고 호주·영국·북유럽으로의 전기차 수출 확대에 기인한다.순수전기차(BEV)와 하이브리드전기차(PHEV)는 2021년 전 세계적으로 600만 대가 생산된 후 2022년 1000만 대, 2023년 1400만 대로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중국 생산 비중이 순수전기차는 약 55%, 하이브리드전기차는 약 30%를 차지했다. 2023년 현재 중국은 700만 대 정도의 전기차를 생산해 120만 대가량을 수출하고 이 가운데 약 40%를 유럽으로 선적하고 있다.   2024년 말 전 세계 전기차 생산량은 1600만 대 정도로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전기차 업체 간 가격 전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2023년 하반기 시작된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기술 혁신이 대중화로 이어지기 전의 일시적 정체)와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한 중국의 내수 침체는 저가 중국 전기차 수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부과한 27.5%의 고율 관세와 조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중국 전기차 수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올 2월 29일 중국산 커넥티드카의 국가안보 위협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발표했다. 2023년 9월 13일 유럽연합(EU)은 중국 전기차 조사 방침을 발표해 미국의 기조를 따라가고 있다.중국·일본·미국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전기차 수출 시장의 격전지는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태국, 중남미의 브라질·멕시코,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 등이다. 일본 내연차가 지배하던 인도네시아·태국에 중국 전기차 기지가 들어서는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 브라질과 키르기스스탄으로 중국 하이브리드차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시장 우회 진출을 위한 중국의 중남미 전기차 생산 기지가 멕시코다.우리 정부도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삭감했지만 중국 전기차 수입의 여파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전기차 수요 정체 속에 우리 완성차 기업들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기보다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하이브리드차를 투입해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2024.04.01

[KIEP 대외경제정책연구원] [CSF 이슈분석_전문가 오피니언] "AI 반도체 전쟁과 한국의 대응방안"

[KIEP 대외경제정책연구원] [CSF 이슈분석_전문가 오피니언] "AI 반도체 전쟁과 한국의 대응방안"

  서론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고성능 반도체 칩이 전략물자화하고 있다.파운드리(위탁생산)의 형태로 진행되는 반도체 칩 제조와 메모리 칩 제조의 전략적 상업적 중요성이 폭발적으 로 증가하고 있다. AI 때문에 대만의 TSMC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에 메모리와 미국의 CPU(중앙처리장치)의 강자들이 뛰어들고 있다. 최첨단 AI칩 파운드리 사업에 미국 기업 인텔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구도가 TSMC, 삼성전자, 인텔 간 경쟁구도로 급변하고 있다. 최첨단 공정에는 대당 4,000억 원에 달하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의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노광장비가 필수이기 때문에 반도체 장비에 대한 대중 수출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을 참고해주세요.

2024.03.28

[전기신문] 김연규 한양대 교수 “우크라이나 사태, 노드스트림2 가스관이 시발점”

[전기신문] 김연규 한양대 교수 “우크라이나 사태, 노드스트림2 가스관이 시발점”

원본 기사 링크: 김연규 한양대 교수 “우크라이나 사태, 노드스트림2 가스관이 시발점” < 오일·가스·화학·소재 < 에너지Biz < 기사본문 - 전기신문 (electimes.com)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실제로 발생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있는 친러 성향의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돈바스(Donbass) 지역에 대해 러시아가 독립영토로 인정하고 평화유지 명목으로 무장 군인을 파견 중이다.미국과 영국은 이를 명백한 침공으로 규정하고 러시아 은행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했으며 독일은 러시아와 추진 중인 노드스트림(North Stream)2 가스관 사업의 중단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국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하는 것을 비롯해 세계 석유‧가스 시장에서 주요 공급국이다. 러시아 제재는 곧 에너지 가격의 무한 상승을 뜻하는 것이다.이 사태의 발단은 무엇이고 러시아는 왜 계속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는 것일까.에너지 및 광물 자원의 93%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야 할까.국제에너지시장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인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로부터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김연규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노드스트림2 가스관에서 시작됐다고 진단했다.김 교수는 “2021년 5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노드스트림2 가스관의 준공을 승인했다. 이것이 러시아에 잘못된 사인을 주면서 이번 사태로 확대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드스트림2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발트해 해저를 지나 직접 독일로 연결되는 총길이 1230km, 송출량 연 55Bcm(Billion cubic meter)의 세계 최대 가스관이다. 2011년 개통한 노드스트림1 가스관에 이어 지난해 9월 2 가스관도 준공됐다. 두 가스관의 총송출량은 110Bcm으로 2020년 우리나라 천연가스 사용량 53Bcm을 감안하면 매우 큰 규모임을 알 수 있다. 러시아는 노드스트림 1,2 가스관을 통해 서유럽 가스시장을 지배하려 했다. 하지만 막판에 미국이 강력하게 저지하면서 개통이 중단된 상태다.김 교수에 따르면 2020년 출범한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중국 견제가 우선이었다. 견제 방법은 탄소중립이었다. 이를 위해선 유럽의 동조가 반드시 필요해 출범 직후 기후변화협약부터 가입했다.하지만 유럽은 미국의 생각처럼 녹록지 않았다. 독일은 중국과 철도 직통노선 개통에 이어 화웨이 5G통신장비까지 쓰며 등거리 외교전략을 펼쳤다. 바이든 정부는 독일 등 유럽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지난해 5월 노드스트림2의 준공을 승인했다.하지만 이 가스관이 실제 개통되면 러시아의 유럽 에너지시장 장악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미국은 개통 막판에 이를 강력 저지한 것이다. 이를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니다. 더욱이 미국 등 서구 세력은 러시아 가스가 유럽으로 가는 주요 통로국인 우크라이나까지 포섭해 나토(NATO)에 가입시키려 하고 있어 러시아로서는 실력 과시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김 교수는 "이번 사태가 짧게는 노드스트림 가스관에서 시작했지만 길게는 오랜 러시아의 부동항(1년 내내 해면이 동결하지 않는 항만) 확보 노력과 세계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패권 싸움도 배경을 차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그는 “중세시대 유럽 여러 나라가 대양으로 진출해 식민지를 개척하러 다닐 때 부동항이 없는 러시아는 이를 부럽게 쳐다보기만 해야 했다. 2014년 러시아가 지중해로 직접 진출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것은 어찌 보면 1000년 전부터 계속해 온 부동항 확보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이다. 러시아로서는 대륙과 해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가 서구 세력에 넘어가는 것을 가만 놔둘 수 없었던 것이다”고 설명했다.김 교수는 이어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석유‧가스 패권을 이용해 세계 시장을 양분했다. 미국은 중동과 아시아를, 러시아는 유럽을 지배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1991년 당시 소련체제가 붕괴되면서 힘이 상당히 약해졌고 이 틈을 타 서구 세력은 우크라이나까지 힘을 뻗쳤다. 이후 기회를 엿보던 러시아는 2009년 세계 금융위기로 서구 경제가 크게 흔들리자 이 틈을 이용해 다시 세 확대에 나섰고 이번 사태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김 교수는 올해 초에 발생한 카자흐스탄 LPG 폭동 사태가 이번 사태와 한 궤라고 판단했다. 연초 카자흐스탄 정부가 LPG 가격상한제를 폐지하면서 서민 연료인 LPG 가격이 2배 이상 오르자 주요 도심에서 건물과 차량이 불타는 등 과격한 시위가 벌어져 계엄령까지 발동했다.그는 “카자흐스탄 LPG 폭동은 현지 정부와 러시아 정부가 짜고 일부러 일으킨 조작이라고 본다. 현지 정부는 이를 빌미로 러시아에 군대 파견을 요청했고 러시아 군은 명분을 갖고 카자흐스탄에 입성했다. 매우 치밀하고 전략적인 계획”이라고 진단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 가스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지만 두 자원은 대체공급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공급망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가 훨씬 더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그는 “중국은 현대산업에서 미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졌지만 미래 첨단산업에서는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1990년대에 등소평 전 주석이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우리에게는 희토류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희토류 전략에 들어갔다”고 말했다.희토류는 네오디뮴 등 17개 원소를 통칭한다. 매장량은 세계 곳곳에 분포돼 있지만 채굴 및 가공 과정에서 상당한 오염이 발생해 현실적으로는 세계 생산의 90%가 중국에 집중돼 있다. 네오디뮴은 전기차, 풍력발전기, 우주항공 등에 사용되는 모터의 핵심부품인 영구자석 원료로 쓰인다.김 교수는 “미국에도 희토류 광산이 있었지만 1970년대 환경운동 붐이 일면서 모두 문을 닫았다. 반대로 중국은 이때부터 희토류 산업을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원석을 수출하는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희토류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올해 초 중국 정부는 자국의 희토류 기업들을 모두 병합해 ‘중국희토류그룹’을 출범시켰다. 국가 차원에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약에 대비해 시급히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는 “반도체든, 배터리든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풀 밸류체인을 구축해야만 한다. 해외 자원개발도 반드시 해야 하고 자원 재순환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정부 차원에서 모든 공급망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자원안보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 또한 새 정부는 경제안보를 중심에 두고 부처 개편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24.02.24

[대한석유협회] 미중 패권경쟁과 사우디아라비아

[대한석유협회] 미중 패권경쟁과 사우디아라비아

원본 링크: 대한석유협회 - 미중 패권경쟁과 사우디아라비아 (petroleum.or.kr)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는 달러가 기축통화일 때 가능하며 달러 기축통화는 미국의 석유패권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달러 기축통화 지위가 위태롭던 1971년 달러의 금 불태환을 선언한 닉슨쇼크 3년 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의 달러 결제를 강요하여 달러 기축통화 지위를 사수할 수 있었다. 1974년 키신저 국무장관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하여 파흐드 왕세자와 “워싱턴-리야드 밀약”이라고 불리는 비밀협약을 맺었다. 사우디는 모든 국가에 대한 석유판매를 달러로 하겠다고 약속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사우디 왕가의 보호와 국가안보를 책임지기로 했다.     구소련은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권의 고금리정책으로 대폭하락한 석유가격 때문에 재정난에 빠져 결국 체제붕괴에 이르렀다. 당시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소련 붕괴 원인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너무 몰랐다”라고 후회했다.     미국-소련 패권경쟁에서 석유와 중동과 사우디아라비아 변수는 중요한 시기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중국이 주도하여 미국의 세계패권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이 미중패권 경쟁의 본질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중 패권경쟁이 매우 중요한 단계에 진입했음을 말해주며 다시 한번 달러패권, 석유와 중동, 사우디아라비아가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1990년대〜2010년대 시기 30년동안은 미국지배 단극체제였다. 달러패권 석유패권은 여러차례 도전에도 불구하고 공고히 유지되었다. 2010년대 미국 석유달러패권 유지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미국의 셰일오일 개발이었다. 금융위기이후 1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는 미국의 셰일오일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던 2013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30-40달러대로 내려갔다. 세계 석유가스 시장은 소비자위주의 시장이 되었으며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의 독점 혜택은 크게 위협받게 되었다. 미국은 단숨에 세계 석유와 가스 생산 1위 국가가 되었으며 러시아 가스수출에 위협받던 유럽의 안보구도가 일순간에 러시아의 생존을 위협하는 구도로 전환되었다. 2014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였지만 유럽으로의 에너지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로서는 서방의 제재앞에 무력해졌다.   미국의 단극체제가 저물어가고 미국 트럼프 정부이후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중동, 석유, 사우디아라비아의 역할이 다시 한번 부상하고 있다. 표면적인 현상은 코로나 이후 80-90 달러 정도의 국제유가로 돌아가면서 고유가를 추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OPEC 플러스 회원국들과 국내 인플레이션 때문에 40-50 달러 정도의 국제유가를 원하는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이 각축을 벌이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대국 사이의 역할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림으로써 러시아의 전쟁 능력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국제유가는 35% 상승하였다.1) 전쟁으로 감소한 러시아 생산분 100만 배럴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 OPEC 플러스 회원국들의 감축분이 30만 배럴이었다. 블룸버그 보도에 의하면 2023년 10월 현재 러시아는 석유 수출로 전쟁이전보다 더 많은 재정수입을 올리고 있다. 서방의 석유수출 제재를 무력화하고 인도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우랄산 석유를 브렌트유 가격보다 높게 구매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우디아라비아는 미중 경쟁 구도에서 국제유가를 조정함으로써 미국 단극체제의 종식을 가져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3년 3월 푸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것도 이러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고유가는 국내 경제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현재 바이든정부에게는 재집권에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사우디바라비아와 인권문제 등으로 대립각으로 세우며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등 국내 경제문제로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기 때문에 2024년 11월에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해결해서 민심을 잡아야 한다. 인플레이션의 중요 원인은 국내 휘발유 가격이다. 전쟁전 미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2달러대 였으나 2023년 5달러대까지 되었다. 2022년 7월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도 불구하고 석유증산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     코로나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세력 균형 변동과 미국의 세계패권에 대한 도전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축통화 달러이다.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와 연대하여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까지 국제석유 거래의 탈달러화와 위안화 결제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변동의 시작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014년과 다를 것이라는 것은 2022년 2월 4일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푸틴과 시진핑의 공동성명에 이미 드러나 있었다. 시진핑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의 위안화 결제에 합의하였다. 금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러간 페트로 위안화 동맹을 통해 페트로 달러체제의 한축을 무너뜨리는 시발점이며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가세한다면 여타 글로벌 사우스 에너지수출국들까지 페트로위안화에 동참하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 12월 시진핑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석유의 위안화 거래를 제안하였다.     미국의 과거 석유 패권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동맹을 통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조정하는 것이었으며 잠재적인 대형 석유 가스 수출국인 이란의 석유생산과 수출 능력을 봉쇄하는 것이었다. 만약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정치적 화해를 하고 이란까지 OPEC 플러스에 가입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중국 등과 협력한다면 미국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최근 OPEC 플러스는 회원국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또 하나의 주목할 국가는 브라질이다. 최근 브라질 석유생산은 크게 늘어 단숨에 4-500만 배럴 생산국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미국 셰일석유 가스 생산은 여전히 활발하다. 우리로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미국이 국제유가와 달러문제를 어떻게 가져갈지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 국면에서 석유가스가 퇴출되는 수순이라고는 하지만 2050년이 되어도 석유 가스 사용은 50% 정도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정치경제적으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김연규 교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한양에너지환경연구원장

2024.01.22

[서울경제][시론] 사우디를 등에 업은 중·러

[서울경제][시론] 사우디를 등에 업은 중·러

원본기사 링크: https://www.sedaily.com/NewsView/2D46KXYGHL     이러한 단기간 국제유가의 급등락으로 관련국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국제유가를 80~90달러로 유지하기 위해 감산을 추진하는 반면 미국은 40~50달러로 내리기 위해 셰일오일 생산을 늘리고 사우디 정부에 생산량 증대 압력을 넣기도 한다.엇갈리는 국가 이해관계 사이에서 사우디의 역할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우디는 국제유가를 끌어올림으로써 러시아의 전쟁 능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러시아는 석유 수출로 전쟁 이전보다 더 많은 재정수입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석유 협력에 힘을 싣고 있는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은 러시아 우랄산 석유를 브렌트유 가격보다 높게 구매하고 있다. 사우디와 인권 문제 등으로 대립각을 세우며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고유가 인플레이션으로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우디는 2022년 7월 자국을 방문해 생산량 확대를 요청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를 일축하는 대신 2022년 12월과 2023년 3월 각각 자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석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중 패권 경쟁이 매우 중요한 단계에 진입했음을 말해준다. 중동이 다시 들썩이고 사우디의 움직임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과거 사우디와의 동맹을 통해 석유 거래와 달러 체제를 통제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우디를 등에 업고 미국의 석유 거래와 달러 체제를 어느 정도까지 흠집 낼지 주목된다. 김연규 교수

2024.01.22

[서울경제] [시론] 수출 1조 달러 시대 열려면

[서울경제] [시론] 수출 1조 달러 시대 열려면

원본 기사 링크: [시론]수출 1조 달러 시대 열려면 | 서울경제 (sedaily.com)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008년 한 해를 제외하고 1998년 이후 줄곧 흑자였다. 수출이 잘됐기 때문이다. 수출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이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 수출의 25%가 중국으로 갈 정도였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수출의 55%를 차지했다.지난해 무역수지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47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동시에 지난해 5월 이후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올해 1~5월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27% 급감했다. 대중국 수출 감소를 주도하는 품목은 중국 의존율이 큰 반도체다. 같은 기간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감소율이 44.6%에 달했다. 이어 석유제품 20.6%, 석유화학 26.2%, 철강 23.9%, 자동차 부품 34.0%, 디스플레이 52.8%, 이차전지 38.7% 등의 순이다.무역적자는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추세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올 들어 무역적자액은 1월 125억 달러, 2월 52억 달러, 3월 46억 달러, 4월 26억 달러, 5월 43억 달러 등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10일까지 무역적자액이 14억 달러로 전년 대비 76.2% 감소했다. 무역적자액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추세를 근본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21년 수출은 6000억 달러, 무역흑자는 295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1조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우리나라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수출 대상 지역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다변화하는 것이다. 올 들어 대중국 수출액은 빠르게 줄고 있지만 대미 수출액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은 이제 한국의 무역흑자 1위 국가다. 우리가 무역 흑자를 가장 많이 내는 2위 국가는 베트남이다. 중국의 우리 수출 점유율은 과거 25%에서 올해 19%까지 줄었다. 미국의 우리 수출 점유율은 올해 중국을 넘어섰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합치면 우리 수출의 31%를 차지한다.수출 품목을 다변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지난 20년 동안 수출 주력 업종은 건설·조선·석유화학·철강·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였다. 대중국 수출 부진은 중국의 중간재 자립도가 향상되면서 한중 간 상호 보완성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국으로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가공해 완제품으로 수출하는 구도가 한계에 왔다. 그동안 압도적 1위 수출 품목은 반도체였다. 수출 비중이 20%에 달했다. 반도체 수출을 계속 늘리려면 경기 불황 영향을 많이 받는 메모리반도체를 비메모리로 고도화해야 한다. 전기차배터리·우주항공·인공지능(AI)·로봇 등 새로운 전략기술에 기반한 신산업 수출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지정학적 리스크와 원자재 리스크도 잘 관리해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수출 확대를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수출의 안보적·지정학적 리스크를 간과했다. 화석연료 해외 수입 리스크는 이미 인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첨단산업의 원자재인 핵심 광물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2023.06.15

[서울경제] [시론] IRA가 촉발한 미-유럽 무역전쟁

[서울경제] [시론] IRA가 촉발한 미-유럽 무역전쟁

원본 기사 링크 : [시론] IRA가 촉발한 미-유럽 무역전쟁 | 서울경제 (sedaily.com)       반도체·배터리 등 차세대 산업 IRA 타고 점차 美로 패권 이동 EU도 보조금制 개편 공언 맞불 韓, 정부·기업 뭉쳐 전략 세워야 새해에도 우리나라 수출과 무역 전선이 좀처럼 활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월 들어 20일 동안 무역적자는 103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무역적자 규모인 47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이 가운데 대중국 무역적자가 32억 달러이다. 월간 최대 적자였던 지난해 8월(94억 달러) 규모보다 크며 지난해 전체 무역적자(475억 달러)의 22%에 해당한다. 올해 연간 무역적자 정부 전망치는 260억 달러이다. 우리를 둘러싼 글로벌 무역 환경의 급변은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미국과 유럽·중국 등 각국은 자국 첨단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반·배(반도체·배터리) 무역장벽’을 쌓는 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어 놓은 단초를 제공한 계기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정이었다. IRA는 흔히 탈중국 공급망 재편을 위한 것으로서 주로 중국을 타깃으로 한 법안으로 알려져 있다. IRA로 미국이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도 무역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IRA는 공식적으로 기후 대응과 에너지 안보 법안으로 규정된다. IRA에 규정된 친환경 산업들에 대한 막대한 지원 및 보조금 때문에 미국보다 앞서가던 EU의 그린 딜(Green Deal)과 핏포 55(Fit for 55) 패키지 등이 빛이 바랠 위기에 처하게 됐다. IRA 때문에 (친환경) 모멘텀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주요 수출국으로 삼던 독일 자동차·전기차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늘리면서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인 노스볼트도 독일 현지 배터리 공장의 착공을 연기하고 북미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2위 재생에너지 기업이자 스페인 최대 전력 기업인 이베르드롤라 역시 미국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 설비 투자도 이제는 미국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부터 IRA로 인한 시장 ‘왜곡’ 가능성을 제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EU 자체의 국가 보조금 제도를 개편하고 녹색 기술로의 전환을 위한 재정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미국의 IRA는 무역 공정성을 해치며 유럽 내 일자리를 없애기 때문에 EU도 ‘유럽판 IRA’를 제정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기존 핵심원자재법(CRMA)과 EU 반도체법에 추가해 풍력과 태양광 등 유럽 클린테크 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탄소중립산업법’ 제정도 공식화했다. 탄소 무역장벽인 탄소국경제도(CBAM)도 1월부터 시범 운영하게 된다. 패권 전쟁을 위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퇴출시키려는 국가 안보적 목적을 앞세우는 미국과 공급망 내 탈탄소와 환경, 인권 규범 법제화를 내세우는 EU 틈바구니에 낀 우리나라는 이제 새로운 무역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하나가 돼 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2023.01.26

[서울경제] [시론]발등의 불, '유럽판 IRA' EU 핵심 원자재법

[서울경제] [시론]발등의 불, '유럽판 IRA' EU 핵심 원자재법

원본 기사 링크 : [시론]발등의 불, '유럽판 IRA' EU 핵심 원자재법 | 서울경제 (sedaily.com)       EU도 '핵심 원자재법' 도입 추진 독자적 배터리 공급망 구축 나서 韓기업, 핵심광물 中의존 줄이고 ESG·재활용 기준 충족 준비해야   미국과 중국 간의 첨단산업 기술 패권 전쟁이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의 기술 우위가 두드러진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중국의 공급망 장악이 두드러진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데 핵심 광물 생산과 가공을 장악하지 못하면 우위를 갖기 어렵다.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취약성과 중국에 대한 의존이 가장 심각한 곳은 리튬과 니켈·코발트·망간·흑연 등 배터리 핵심 광물 생산과 가공이다. 중국은 주요 핵심 광물 생산부터 제련까지 70~80%를 장악하고 있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 커다란 경제·안보적 위협이 되고 있다.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집권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등장한 원인, 현재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취약성, 향후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구축 방안을 면밀하게 조사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지난여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조항이다. 법안의 골자는 배터리 광물과 부품 원산지 증명 제도를 통한 중국산 핵심 광물 배제다. 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북미 지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한 배터리를 4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이 비율은 매년 10%씩 증가해 2027년 80%까지 높여야 한다. 양극재·음극재 등 배터리 부품에서는 2023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제조된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하며 2029년에는 100% 사용해야 한다.6월 15일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과 다변화를 위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이라는 미국 주도 다자간 협의체도 출범했다. MSP에는 미국과 영국·독일·프랑스·캐나다·일본·한국·호주·핀란드·스웨덴·유럽연합(EU) 등 11개국이 참여한다. 9월 22일 뉴욕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주재로 MSP 첫 장관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는 MSP 11개 협력국을 비롯해 핵심 광물 생산국인 아르헨티나·브라질·콩고민주공화국·몽골·모잠비크·나미비아·탄자니아·잠비아 등 8개국도 참석했다.EU도 독자적이고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2022년 9월 14일 국정 연설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과 희토류 등 EU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유럽핵심광물법(CRMA)’의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EU는 올해 2월 23일과 3월 10일 공급망 실사 지침과 배터리 규정을 EU 의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EU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기업 경영 활동 촉진을 위해 산업 공급망 전반의 인권·환경보호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EU 차원의 기업 의무 법제화 요구가 대두돼왔다. EU 공급망 실사 지침은 전 공급망 내 인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업의 실사 이행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제재 및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해 집행력을 강화한 것이다.EU 배터리 규정에는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 등 전 생애 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해 배터리의 안전성을 극대화하고 책임 있는 재활용을 보장하는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제도를 2026년부터 시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이제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EU 차원에서 요구되는 공급망 차원의 ESG 기준과 핵심 광물의 재활용 기준을 충족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2022.11.30

[한국일보] "90년대 미국이 희토류 손떼자... 덩샤오핑의 중국이 움직였다"

[한국일보] "90년대 미국이 희토류 손떼자... 덩샤오핑의 중국이 움직였다"

  원본 기사 링크 : "90년대 미국이 희토류 손떼자... 덩샤오핑의 중국이 움직였다" (hankookilbo.com)   [광물, 신냉전의 무기: ③ 희소금속 대응전략] 김연규 한양대 교수가 보는 '탈중국' 이후 과제     "정부가 지정한 모든 희소금속 37종에서, 앞으로 수급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에너지거버넌스센터장)는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국제 희소금속 공급망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는 20년 넘게 지정학적인 변동 요인과 자원 문제를 연계해 연구 중인 국제정치학자다. 김 교수는 현재 희소금속 생산이 일부 지역과 특정 국가에 쏠려 있다는 점(편재성)을 수급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꼽았다. 미중 관계 악화에 따라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상당수 광물 생산을 중국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이외의 나라를 중심으로 희소금속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공급선을 유지하기 위한 협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올해와 내년 한국 정부와 기업이 특별히 수급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광물자원은 무엇인가?" "정부가 지정한 희소금속이 총 37종이다. 여기엔 스마트폰, 전기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원소가 대부분 포함됐는데, 기본적으로 모든 희소금속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시장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특히 작년 기준 약 2억 4,000만 달러를 수입한 마그네슘의 수급이 문제다. 차량 경량화의 필수재로, 국내 마그네슘 물량의 중국산 수입 비중은 80%대다. 그런데 작년 한 해에만 중국산 가격이 2.5배 이상 올랐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 마그네슘 같은 희소금속의 글로벌 생산 편재성이다. 중국에서만 87%가 생산된다."     -희소금속의 특정국가 편재성은 얼마나 심각한가? "생산의 쏠림 현상을 파악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국가의 희소금속 정책 전략 제1법칙이다. 중국의 글로벌 생산 편재성이 가장 심각하다. 유럽연합(EU) 보고서를 통해 2017년 기준 핵심광물 29종의 생산 비중을 따져보니 중국에 생산이 집중된(생산 편재성 50%이상) 광종이 17종이고, 이들 광종은적으로 평균 약 70%가 중국에서만 채굴된다."   -중국의 희소금속 편재성이 심해진 원인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미국이 희소금속 생산의 중심이었다고 하는데. "맞다. 1970년대까지는 미국, 호주 등 서방국가들이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자원 생산과 공급을 장악했다. 그런데 희토류를 예로 들면, 1980년대부터 이 구도가 조금씩 변한다. 희토류 정제 중 나오는 토륨 등 방사능 물질이 있는데, 이게 대대적인 환경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이를 생산하던 미국 광산회사는 소송도 당했다. 특히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의 환경보호 기조가 미국 내 희토류 생산 퇴조 움직임으로 이어져, 미국에서 많은 희토류 광산들이 폐쇄됐다. 1910년 설립 이래 미국의 광산활동과 광물 연구를 이끌던 미국 광산청(Bureau of Mines)도 1996년에 문을 닫았다.   미국이 희토류에서 손을 떼던 비슷한 시기에 중국이 움직였다. 1992년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지방 경제시찰 현장에서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고 선언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중국 내 희토류 광산부터 가공품 제조 및 최종 소비에 이르는 공급망 구축이 가속화 했다. 완성까지 약 30년이 걸린, 매우 치밀한 움직임의 결과였다."   -지금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중국 외에서 공급선을 찾고자 움직이고 있는데, 이를 평가한다면" "공급망 재편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공급망 보고서’를 만드는 등 미국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한국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희소금속들의 생산 기지가 지나치게 중국에 몰려 있었고, 코로나 사태와 중국의 자원무기화 정책 등으로 현재 공급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호주나 캐나다에서 희소금속 공급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이런 ‘중국 쏠림’을 정상적 수준으로 다변화 해 균형점을 찾자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데 성과를 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산업 수요가 큰 핵심 광물의 경우 원광(原鑛)의 편재성 뿐 아니라, 가공기지의 편재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희소금속은 복잡한 정·제련이 필요한데, 전세계 희소금속 가공시설 80% 이상이 중국에 모여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 원광을 채굴하더라도 가공을 위해서는 중국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 2차전지(충전 가능한 배터리)의 음극재(전지의 음극을 구성하는 소재)의 생산 비중은 중국이 거의 10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이 희소금속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등 기존에 구축된 공급 채널은 장기적으로 폐기하는 것이 옳은가? "그렇지 않다. 핵심은 현재의 공급망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으니 균형점 회복을 위한 ‘출구전략’을 세우자는 것이지, 기존에 중국 등과 이미 형성한 채널을 경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선 우리 민간기업들이 중국 자원기업들과 맺어 놓은 계약이 있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화유코발트의 배터리 합작법인 같은 것인데, 이러한 틀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한국과 중국 정부도 만날 때마다 공급망 협력을 꼭 대화 의제에 넣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22.11.22

[서울경제] "中 10년내 美 기술 추월" 경고에…무한 팽창하는 '아메리카 퍼스트'

[서울경제] "中 10년내 美 기술 추월" 경고에…무한 팽창하는 '아메리카 퍼스트'

원본 기사 링크 : [이슈 리포트]'中 10년내 美 기술 추월' 경고에…무한 팽창하는 '아메리카 퍼스트' | 서울경제 (sedaily.com)       [통상질서 흔드는 '메이드 인 USA']   中 첨단 바이오 시설 의존도 높아지자 美는 생산시설 자원 2.8조 쏟아부어 IRA 등 '반·배' 공급망 규제 강화나서 韓 배터리 3사 제조 투자 45조나 유치 민주당, 다음 대선 주도권 잡기 위해 추가적인 공급망 구축 가능성도 커져 5G·그린에너지 등 다양하게 강화할 듯   9월 12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National Biotechnology and Biomanufacturing Initiative, 이하 바이오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틀 뒤인 9월 14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알론드라 넬슨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 등 백악관 고위 인사들은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회의를 다시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 장관과 캐슬린 힉스 국방차관, 주얼 브로노 농무차관 등 관련 부처 고위 당국자도 총출동했다.설리번 보좌관은 회의에서 미국은 과거 생명공학 분야의 해외 생산 의존이 증가하면서 중국의 첨단 바이오 제조 기반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바이오 산업의 미국 내 생산 지원을 위해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미국은 앞서 8월 10일과 8월 16일 자국 반도체 및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대통령 서명을 통해 발효시킨 바 있다. 이로써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이른바 BBC(Bio·Battery·Chip)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바이든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1년 전인 지난해 초에 단행한 결정에서 비롯됐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초 출범과 동시에 핵심 기술과 전략 산업별 공급망 리스크를 검토하고 지난해 6월에는 100일 공급망 검토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핵심 광물 등 4개 분야를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위해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BBC에 대한 행정명령 서명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치밀하게 준비된 결과물인 셈이다.바이든 행정부가 BBC 산업에 대한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게 된 실질적인 배경은 중국의 ‘맹렬한 추격’과 미국이 중국에 따라 잡힐 수 있다는 일종의 ‘두려움’이다. 미국의 기술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핵심 광물까지 포함시킨 것은 첨단 산업의 원료 자원도 사수하겠다는 미국 행정부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 기술패권에 도전하는 中…위기의식에 빠진 미국]   BBC 산업은 공통적으로 전 세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공급망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단계의 공급망이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 의해 장악돼 있는 공통점이 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미국의 제약사들은 미국 내에서 연구개발된 의약품을 생산 시설을 해외에 두고 위탁 생산했다. 바이오 제조 역량의 오프쇼어링(생산 시설 해외 이전)은 미국 바이오 제조 기반의 약화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바이오 기술 솔루션 및 제품을 위해 투자를 하는 동안 미국은 외국의 재료와 바이오 생산에 너무 크게 의존해 치명적인 공급망 취약성의 문제점을 안게 됐다. 중국은 제조 역량 강화에서 시작해 이제는 바이오 기술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 학자들의 바이오 기술 분야 과학기술 논문 숫자는 매년 20%씩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양적인 논문 생산 성과는 해당 분야에서 2020년 독일과 영국을 이미 추월한 데 이어 근소한 차이로 미국을 바짝 쫓아가고 있다. 바이오 기술 특허 등록 면에서 중국의 세계 점유율이 2000년 1%에서 2019년 28%로 급증하는 사이 미국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45%에서 27%로 급감했다. 비슷한 상황이 반도체 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1990년 미국의 전 세계 반도체 제조 비중은 37%였으나 현재는 12%까지 떨어졌다. 반면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은 15%까지 늘어났다. 10년 안에 중국의 제조 비중은 25%까지 증가할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 강화는 반도체 설계와 초격차 기술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막강하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개발에 돌입한 것은 2007년이었다. 전기차 개발에 돌입한 지 1년 만인 2008년 중국은 2100대의 전기차를 생산했다. 2013년에는 EU와 미국이 각각 점유율 23%와 48%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지배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미국과 유럽은 중국에 비해 전기차 보급이 크게 뒤처지게 됐다. 중국의 전기차 생산은 2015년 33만 대, 2017년에는 100만 대를 넘어섰다.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00만 대를 넘어선 가운데 약 120만 대가 중국의 국산 전기차였다. 2021년 말 기준 전 세계에서 신규 판매된 전기차 660만 대 가운데 중국의 전기차는 340만 대였다. 미국은 40만 대에 불과했다. 중국의 전체 승용차 시장 규모가 2500만 대이고 미국이 1500만 대임을 감안할 때 전기차 비중은 중국이 15%, 미국이 4%인 것이다.   기가 팩토리로 불리는 배터리 셀 제조 공장은 중국에 93개가 있는 반면 미국은 5개에 불과하다. 전 세계 배터리 셀 제조에서 중국 장악률은 73%에 달한다. 채굴된 배터리 광물은 바로 배터리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의 가공과 소재 부품화를 거치게 된다. 배터리에 쓰이기 위해서는 채굴된 리튬 원료를 가공해 수산화리튬·탄산리튬 등으로 가공해야 하는데 리튬 화합물의 중국 장악률은 80%이며 흑연 화합물은 훨씬 더 높다.       [미국으로 쏠리는 BBC 분야 설비 투자…전 세계 설비투자 블랙홀로 부상하나]    미국 정부의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지원 법안 발효로 미국의 신규 제조 시설에 세계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흘러 들어가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의 미국 내 배터리 제조 공장 투자만 45조 원에 달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 통과를 계기로 배터리 머티리얼 개발과 가공, 전구체, 양극재 중심의 미국 내 투자 2차 물결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일본과 유럽의 배터리 머티리얼 기업들이 미국과 캐나다·호주에 몰려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양극재 기업들이 미국·캐나다·호주 등에 투자하기 위한 구체적 협상을 인플레이션감축법 서명 이전부터 상당 기간 진행해오고 있다.이번에 발표된 바이오 이니셔티브는 △미국 내 바이오 제조 역량 강화 △바이오 기반 제품의 시장 확대 △큰 도전 과제에 대한 연구개발 확대 △양질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향상 △다양한 숙련된 인력 양성 △바이오 제품 규제 간소화 △미국 바이오기술 생태계 보호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반도체나 배터리 분야보다는 아직 뒤처진 행정명령 수준으로 행정명령 이행 평가 보고서를 180일 이내에 대통령에게 제출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상태다. 세부적인 계획은 180일 이내에 발표될 평가보고서, 그리고 1년 이내에 발표될 보고서 등을 통해 추가로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분명한 것은 백악관 발표문에도 드러나듯이 생명공학 분야는 경제안보의 핵심 영역으로 제조업과 결합해 향후 전 세계적으로 30조 달러의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바이오 이니셔티브로 바이든 행정부 들어 당초 계획한 자국 내 공급망 구축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추가적인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자국 내 공급망 구축이 더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자리 창출 등이 미국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추가적인 공급망 구축을 시도할 수 있다.하지만 앞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벨퍼센터(Belfer Center for Science & Int’l Affairs)는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 연구팀의 ‘미중의 테크 경쟁(The great Tech Rivalry: Chinsa vs the U.S.)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인공지능(AI)과 5G·우주 등의 분야에서 10년 뒤 추월을 허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개념으로 미중 갈등의 위험을 경고해 온 국제 안보 분야의 석학 앨리슨 교수가 기술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따라 잡힐 수 있음을 경고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앞으로 반중의 가치 외교를 더욱 강화하면서 우주 등의 분야에서 추가적인 조치를 통해 미국 내 연구 시설과 생산 시설 구축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2010년 초부터 AI와 양자정보과학, 5G 통신, 그린에너지 등의 영역에서 다양하게 전개돼 왔기 때문이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2022.09.23

[서울경제] 中광물 의존도 축소 계기로 삼아야

[서울경제] 中광물 의존도 축소 계기로 삼아야

원본 기사 링크 : [시론]中광물 의존도 축소 계기로 삼아야 | 서울경제 (sedaily.com)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제조업 국가로의 복귀에서 2개의 중요한 법제화 성과를 이뤘다. 첫 번째 성과가 8월 10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바로 반도체지원법으로 불리는 ‘반도체와 과학법(Chips&Science Act)’이다. 인공지능(AI) 등의 분야까지 포함하면 총 2800억 달러(약 365조 6800억 원), 반도체에 국한하면 527억 달러(약 68조 8262억 원)를 국가가 지원해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관련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 등에서 반도체 제조 시설 확충을 포함한 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가드레일 조항’ 때문에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기로 한 삼성전자와 미국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힌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에 중국 사업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됐다.8월 17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두 번째 법안이 한미 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특히 전기차 조항이 한국의 현대차와 배터리 3사 등 미국 내 투자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으로 IRA의 전기차 조항은 반도체지원법과 유사한 내용으로 미국 내 전기차 제조와 배터리 제조 공장 건설에 엄청난 세제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전기차와 배터리 소재 부품의 원산지 규정을 두고 있어 중국산 소재와 부품을 사용할 경우 세제 혜택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미국 정부가 왜 무리해서 2023년부터 미국 내 전기차 조립과 중국 배터리 소재 및 부품 금지 조항을 실행에 바로 옮겨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정부의 협상과 압력으로 미국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IRA의 전기차 조항 입법화는 그동안 배터리 광물 공급망 재편이라는 이름으로 논의돼 온 내용이 그대로 공식 법제화됐다는 점에서 예견된 것이었다. 우리로서는 미국이 실행을 2025년이나 2026년 등으로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중국의 배터리 광물과 소재·부품 수입에 80~90%를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거나 또는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붐에 투자하는 동시에 중국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출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싶은 것이다.IRA가 우리에게 충격적인 것은 미국의 전기차 전환 속도와 탈중국 공식화다.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미국 측 제이크 설리번이 “IRA는 전기차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글로벌 공급망 재정립을 위한 전략적 방향”이라고 언급한 것은 시사점이 크다.우리 배터리 3사가 중국으로부터 배터리 광물 원료와 소재를 수입해 미국 현지에서 현대차는 물론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를 제조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점이 이제는 분명해졌다.배터리 3사들도 리튬과 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광물과 영구자석 부품들을 호주·캐나다·칠레·인도네시아 등 중국 밖에서 채굴·가공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가운데 핵심 광물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관리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우리 무역적자 품목 1위다. 어차피 중국산 배터리 수입을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무역 구조를 개선하고 첨단 제조업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22.09.07

[한국일보] 한국 때문에 막 내릴 중국의 희토류 패권

[한국일보] 한국 때문에 막 내릴 중국의 희토류 패권

  원본 기사 링크 : 한국 때문에 막 내릴 중국의 희토류패권 (hankookilbo.com)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는 많은 시간이 걸려 형성된다. 한번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은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중국을 제조업 기지로 활용하는 세계적 생산체제인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였다. 상품(goods)생산과 원자재를 모두 포괄하는 글로벌 공급망은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중국의존 글로벌 공급망은 2010년대 미국과 중국 간 전략경쟁이 시작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최근 글로벌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중 전략경쟁으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global supply chain restructuring)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상품제조가 첨단산업으로 고도화되면서 원자재도 석유가스 화석연료에서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로 변화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전기차 배터리 드론과 AI 등 첨단산업 제조능력과 원자재인 핵심광물 모두 현재는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구축되어 있으며 미국, 유럽 주요 국가들은 첨단산업 제조와 핵심광물 확보를 위해 중국 밖에 새로운 다변화되고 회복탄력적(resilient)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희토류만큼 경제적 산업적 군사적 중요성이 큰 핵심광물은 없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하지 않고는 21세기 우위를 차지할 수 없으며 군사적 안정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20년 하반기 이후 침체되었던 희토류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2020년 하반기 이후 시작된 전기차 붐과 해상 풍력터빈 설치 증가 때문이다. 영구자석은 풍력터빈과 전기차 모터 등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3㎿ 직접구동식 풍력터빈은 2톤의 희토류 영구자석을 필요로 하며 전기차 모터 영구자석에는 2, 3㎏ 희토류가 들어간다.   제1차 글로벌 희토류 위기 당시 전 세계 희토류 소비규모는 12만 톤 정도였다. 대부분의 공급이 중국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중국의 희토류 생산과 수출통제 정책변화에 의해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던 것이다. 2021년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소비규모는 28만 톤으로 늘어났다. 희토류 소비구조면에서도 변화가 있다. 희토류는 연마제, 정유화학, 합금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지만 영구자석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영구자석 역시 의료기기, 첨단무기, 전자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필요하지만 전기차와 풍력터빈 수요가 늘어나 현재는 3분의 1을 차지한다. 영구자석 수요의 약 20%가 전기차 모터, 10%가 풍력터빈에 소요된다.   영구자석 소재 희토류를 중심으로 소비가 다시 급증하기 시작하고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교란하기 위해 무기화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고, 과연 그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희토류 채굴과 생산단계의 중국 장악률은 58%로 많이 낮아졌다. 미국과 유럽 주도 희토류 공급망재편에서 생산과 채굴은 중국 이외 국가로 다변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희토류 공급망 가공과 분리 제련, 영구자석 제조는 아직도 중국이 각각 85%와 88% 장악률을 기록하고 있어 무기화 가능성이 여전하다.   최근 미국, 유럽연합 국가들이 역내에 희토류 가공분리 제련시설과 영구자석 제조시설 건설을 위한 민관투자와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5년까지 중국의 희토류 가공과 영구자석 제조 장악률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호주의 희토류를 들여와 우리나라에서 희토류 제련과 영구자석 제조까지 이루어지는 새로운 공급망이 구축될 예정이다. 새롭게 다변화되고 회복 탄력적인 공급망 체제의 등장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2022.07.28

[한국일보] 세 갈래 분기점에 선 한국의 에너지 안보전략

[한국일보] 세 갈래 분기점에 선 한국의 에너지 안보전략

  원본 기사 링크 : 세 갈래 분기점에 선 한국의 에너지 안보전략 (hankookilbo.com)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전세계 에너지질서가 기존의 석유, 천연가스 중심의 화석연료 에너지 질서에서 광물자원, 수소에너지, 원자력에너지 등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신에너지 자원 질서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다.   운송분야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전기차 부품인 배터리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희토류 등 광물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2010년 중·일 간 센카구 열도 영토분쟁과정에서 중국이 희토류 자원을 무기화한 이후, 서방국가들은 희토류 등 광물자원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국은 '수소경제' 구축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2년 1월 현재 한국,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을 비롯한 26개국이 수소전략을 발표하였고, 22개국은 수소전략을 수립 중이다. 중국은 수소를 중국의 미래 6대 산업 중 하나로 지정하고, 최근 그린수소 기술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국가 수소전략을 채택하였고, 수소무역을 주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미 국가 간 암모니아, 액화수소 등의 운송을 실증 중이며, 수소무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양자협력에도 노력하고 있다.   인도는 그린수소 생산과 수출을 위한 글로벌 허브를 목표로 국가수소 미션에 착수하였다. EU도 '유럽 그린딜'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우선순위로 수소를 선정하였다. 2021년 6월 미국은 청정수소 확보를 위한 '에너지 어스샷 이니셔티브(Energy Earthshot Initiative)'를 출범시키면서 천연가스와 혼합하더라도 수소 비중이 80%가 넘는 청정수소 가격을 향후 10년내 1㎏당 1달러대에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국제사회 연대도 활발하다. 2019년 제10차 청정에너지 장관회의(Clean Energy Ministerial 10·CEM 10)에서 '수소 이니셔티브(H2I)'가 채택되고, 그 일환으로 2021년 제12차 청정에너지 장관회의에서 '글로벌 수소 항만 연맹(Global Port Hydrogen Coalition)'이 설립되었다. 그리고 현재 유럽, 일본, 미국 항만을 중심으로 수소 인프라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수소에너지 이용확대가 전 세계 차원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그린수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국가 간 협력이 한 층 더 필요하게 되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침체되었던 원자력도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 속에서 새로이 부활하고 있다. EU에서는 녹색에너지에 원자력을 포함할 것인가에 대해서 회원국 간에 이견이 있어 왔다. 2022년 2월2일 EU는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친화적인 녹색으로 분류하기로 하는 규정(택소노미 Taxonomy)을 확정·발의하였고, 이에 따라서 전력생산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2022년 2월 10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최대 14(6+8)기의 신규 원전건설 계획을 발표하였다. 미국,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기존 대형원전에 비해서 안정성이 높고 건설기간이 짧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에너지안보전략도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20세기 한국은 미국 주도 에너지질서에 편입되어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에너지 안보전략에서 세가지 대안을 저울질 해야 한다. 우선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같은 미국 주도 공급망 질서에 여전히 의존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중국과 러시아의 자원무기화를 고려해 인도가 취하고 있는 전략인데, 미·중 신에너지패권경쟁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는 미·중 사이의 균형에 더해 중남미나 아프리카, 동남아 등의 석유자원과 핵심광물, 수소 등을 독자적으로 적극 개발하는 전략이다. 각 대안의 득실을 따져 100년을 좌우할 국가 대계를 마련할 때이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2022.06.30

[서울경제] 배터리 공급망과 정부의 역할

[서울경제] 배터리 공급망과 정부의 역할

  원본 기사 링크 : 배터리 공급망과 정부의 역할 | 서울경제 (sedaily.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이 반중(反中)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필수 국가임을 천명했다.   중국의 기술적 부상에 맞서기 위해 반도체와 함께 미국이 미국 산업을 중국 중심 공급망과 분리하려고 하는 미래 핵심 기술이 배터리다. 배터리 기술 분야는 아직 반도체 분야만큼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안보적 파급효과가 반도체보다는 시급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배터리란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 형태로 저장이 가능해 재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를 말하며 현재로서는 리튬이온배터리(LIB)가 가장 보편적인 기술이다. 소형 전자 제품 외에 지금은 전기차 배터리에 탑재되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향후 재생에너지 저장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과 심지어 군사 무기에까지도 배터리 기술은 필수적이 될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급망에서 이미 전기차 배터리는 핵심에 있으며 미국과 중국은 배터리 생산 능력을 이미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중국이 선발 주자로서 최대 시장이었다. 2021년부터 미국과 유럽으로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배터리 공급망은 채굴, 소재 가공, 셀 제조, 팩 조립 등 4개의 가치사슬로 구성된다.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은 주로 팩 조립에만 치중하고 채굴, 소재 가공, 셀 제조 산업은 한국과 일본·중국에 집중돼 있다.   미국은 한국·일본과 협력해 반중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위한 준비에 이미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한일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증설·투자하는 데 나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의 특징은 소재·부품 업체가 동반 성장해 배터리 핵심 소재 생산이 중국에 이어 2위에 위치한 것이다. 향후 미국이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를 미국 내에 구축하는 면에서 필수적인 국가다. 배터리 기술은 완성도 면에서 아직 20~30% 목표 달성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반값 전기차’를 표방하고 배터리 제조 원가 인하에 사활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팩 용량 1㎾h당 100달러’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기 시작하는 분기점으로 본다. 배터리팩의 가격 전망은 올해 ㎾h당 평균 143달러다. 미국·유럽 전기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업체들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끊임없이 기술 개발과 원가 경쟁을 펼칠 것이다. 배터리 원천 기술과 전기차 수요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과 협력하는 것은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에는 매우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 역내에서의 전기차 시장이 완성될 10여 년 뒤 최적화된 가격과 기술을 가진 기업과 국가만이 인도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의 전기차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와 아세안 지역은 인구만 해도 20억 명이 넘는 거대 시장이다. 지난 4월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에서 처음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3위로 내려앉고 중국 업체들이 1·2위를 모두 차지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는 원자재(니켈·코발트 등) 가격 급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탓이다. 배터리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우려는 정부의 지원책은 배터리 기업들을 위한 원자재 수급 안정화에 집중돼야 한다. 기업들 중심의 장기 구매 계약으로는 한계가 있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2022.06.08

[한국일보] 중·러 자원무기화, 이제라도 해법 찾아야

[한국일보] 중·러 자원무기화, 이제라도 해법 찾아야

  원본 기사 링크 : 중·러 자원무기화, 이제라도 해법찾아야 (hankookilbo.com)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 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일본 방문과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5월 23일 공식 출범하였다. IPEF는 의제 면에서 글로벌 무역, 공급망, 탈탄소·인프라, 탈세·부패 방지 등 4대 의제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의 핵심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역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이 미국의 목표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오래 전에 패권경쟁의 시각에서 반도체,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공장 증설과 기술개발이 21세기형 '군비경쟁'이 되고 있으며 새로운 국가안보, 즉 경제안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원천기술과 설계능력은 아직 지배하고 있지만 제조하는 능력을 중국이 따라잡았기 때문에, 한국 대만 일본과 협력하여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시설을 미국 내에 증설하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에게 미국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 투자는 안정적 수요 확보와 기술개발 측면에서 기회임에 틀림없으며 미국 주도 세계경제안보 질서의 단초가 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미국 내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시설 확대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질 것이고 이로써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중국의 제조 능력 갭은 좁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아직 21세기 첨단산업의 제조와 원자재 기반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려는 미국 입장에서 당면한 가장 큰 장애물은 희토류와 리튬, 코발트, 니켈 등 희소금속 원자재 확보이다.   중국은 희토류와 배터리 핵심 재료인 니켈·리튬·코발트 등의 생산과 가공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과 한미 경제안보 협력이 성공적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자원무기화를 넘어서야 한다. 러시아도 자원 부국들의 자원무기화 물결에 편승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가스 생산국,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일 뿐 아니라 희소금속 확보 경쟁에서도 코발트 수출 세계 2위, 백금 수출 2위, 니켈 수출 3위로 무시 못 할 변수이다.   IPEF에 대응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원자재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 더 큰 변수는 희토류 희소금속 부국들인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결국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의 해외 자원을 놓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서방 진영과 중국 러시아 측의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 간 자원쟁탈전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희소금속 자원은 몇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에너지 자원과 다르다. 우선 희소금속들은 소량 다품종이고 복잡한 공급망을 가지고 있으며 대체재가 없는 공급자 위주의 시장을 이룬다. 또 자원매장과 생산이 극단적 편재성을 보이기 때문에, 공급망이 단절되면 국가산업이 마비되는 치명적 위험을 가져 올 수 있다. 많은 희소금속은 개발에 따른 환경적 폐해가 크기 때문에 쉽게 개발하기도 어렵다.   한국은 에너지 자원에 관해서는 항상 변방에 머물러 왔고, 희소금속의 국내 부존과 생산기반도 거의 전무해서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첨단산업과 그 원재료를 지배하는 국가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원재료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아 주요 첨단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미국의 대규모 공급망 복원 움직임으로 우리 첨단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문제는 원자재 확보이다. 우리로서는 IPEF에 안주하지 말고 아프리카 중남미와 자원개발 네트워크를 복원해야 한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2022.06.02

[한국일보] 유럽-러시아-미국의 '가스 삼국지'

[한국일보] 유럽-러시아-미국의 '가스 삼국지'

원본 기사 링크 : 유럽-러시아-미국의 '가스삼국지' (hankookilbo.com)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1960~70년대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은 1990~2000년대로 오면서 더욱 늘어나, 유럽국가들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는 급격히 높아지게 되었다. 과거 네덜란드, 노르웨이, 영국 등 자체 가스생산으로 60~70%를 충당하던 유럽 국가들이 매장량 고갈과 환경문제로 역내 생산을 줄이고 해외 가스 수입을 늘린 결과다. 재생에너지가 뿌리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탈석탄과 탈원전까지 추진되면서 유럽의 가스수요는 급증했다.   1990~2005년 러시아가 아직 강대국 지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을 때 미국은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을 축소하기 위하여 러시아 우회 가스관 건설에 공을 들였다. 대표적으로 '남부가스회랑(SGS: Southern Gas Corridor)'은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과 이란의 가스를 나부코(Nabucco)라고 불리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하는 사업이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추진하던 러시아 우회 가스관 계획은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러시아 가스 무기화를 방지하는 데 실패하였다. 아제르바이잔의 가스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는 중국으로 더 많이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과 미국이 해당 사업을 경제성보다는 러시아 가스 의존 완화라는 정치적 목적에 지나치게 치중했기 때문에, 유럽의 에너지 회사들이 참여를 꺼린 것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다양한 유럽국가들의 단결된 에너지정책을 도출해내는 데 실패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통적인 러시아 가스 대량 구매국들은 EC의 정책에 회의적 견해를 내비쳤고, 독일은 러시아-독일 단독 직통 가스관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가스 무기화를 사상 첫 실행에 옮겼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EU 가입에 서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떻게든 친러시아 정권을 유지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세력권에 묶어 두려고 했지만, 2013년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시민혁명에 의해 물러나게 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장악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전쟁을 일으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크림반도 침공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가스 수출은 이제 유럽에서는 한계에 달했다. 이 때문에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을 겨냥해야 한다는 의견이 러시아 내부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2015~16년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구의 러시아 경제제재와 저유가 체재가 본격적인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러시아 경제에 대한 여파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였다.   2016년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의 결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처음 수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트럼프 정부의 최대의 관심은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가 북서부 유럽지역으로 수출 확대되는 것을 어떻게 차단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가즈프롬사는 여러 차례에 걸쳐, 특히 저유가 체제하에서는 미국의 LNG 수출이 러시아의 파이프라인 가스와 경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LNG로 남부와 동부유럽을 목표로 했고, 러시아는 독일, 프랑스 등 대형 소비국이 몰려 있는 북동부유럽을 목표로 했다.   러시아-독일 직통 가스관 문제로 미국과 독일 관계가 악화되고 폴란드, 리투아니아, 알바니아 항구에 미국 LNG를 위한 수입터미널을 건설하던 시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했다. 유럽의 가스 수요는 2021년 약 524bcm(1bcm은 10억㎥)로 이 가운데 310bcm을 수입했다. 이 중 러시아에서의 수입은 약 155bcm에 달했다.   러시아 가스 수출에 대한 제재가 단행된다면 당장 155bcm의 가스를 대체할 공급지를 찾아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러시아 가스 공급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이다. 당장은 미국 LNG 수출이 유일한 대안이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2022.05.05

[서울경제] 美의 아킬레스건…'희토류 만리장성' 쌓는 중국

[서울경제] 美의 아킬레스건…'희토류 만리장성' 쌓는 중국

원본 기사 링크 : https://www.sedaily.com/NewsView/22U2RNOFMK     <상> 제2의 자원전쟁   전기차·재생에너지 등의 핵심 원료 채굴 힘들고 대체재 찾기 어려워 4차산업 시대의 비타민으로 불려 전세계 희토류 97% 생산하는 中 3조 달러 묻힌 아프간에 러브콜 등 해외 생산 물량까지 싹쓸이 나서   美 사용량 대부분 中 수입에 의존 자칫하다간 신냉전서 수세 몰릴라 공급 루트 재편 위해 발벗고 나서   최근 탈석유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전 세계 국가들 간 희토류, 희소금속(rare metal)과 같은 전략 광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세기의 냉전과 미국·러시아 간의 대립은 전통 제조업과 그 원료인 석유와 가스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미국과 중국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드론, 인공지능, 첨단 무기를 대상으로 경쟁하고 있는 만큼 핵심 원료인 희토류와 희소금속 등을 두고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희토류와 희소금속은 아주 소량으로 첨단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 보통의 철과 금속에 소량의 희토류와 희소금속을 추가로 합금해 고효율의 기능을 얻는 만큼 희토류는 ‘산업의 조미료’ ‘향료 금속’ ‘첨단산업의 비타민’ 등으로 불린다. 원재료 형태로 다량의 채굴이 어렵다. 대체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 같은 희소금속에 대한 수요는 컴퓨터와 전자통신 기술 등이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한 지난 1970년대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전자통신 기술에서 전기 전자의 흐름을 배가하는 초전도체·반도체적인 특징을 갖게 해주는 희소금속들이 없어서는 안 될 원료로 부상한 것이다.   냉전 기간 미국과 러시아가 석유·가스 경쟁만을 벌인 것은 아니었다. 20세기에도 미국과 러시아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19세기에 일어났던 자원전쟁을 벌였다. 세계 금속과 광물 산업은 오랫동안 미국·호주·캐나다 등 3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지배를 해왔다. 1950~1960년대만 해도 미국의 광산 개발과 주요 금속 채굴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1970~1980년대부터 미국의 국내 광산 개발은 하향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미국이 광물과 금속 국내 생산을 줄이고 해외 수입에 의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환경 규제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신규 광산 개발에 대한 정부 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길어졌으며 기존 광산 활동을 하던 기업들은 환경문제에 따른 소송으로 사업이 점점 힘들어졌다. 이렇게 미국의 금속과 광물 생산은 1990년대를 정점으로 급속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반면 구소련은 자원을 통제해 서방을 취약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유럽·일본은 중앙아프리카의 구리와 콜탄(탄탈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롬, 코발트, 백금족 광물, 망간 등 안정적 공급에 매우 취약해졌다. 미국은 반격을 위해 로디지아(현 짐바브웨)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치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백인 소수자 정권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다. 1971년부터 1976년까지 미국 정부의 버드 수정안(Byrd Amendment),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1981년부터 1986년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지원 등은 모두 전략적 광물에 대한 접근을 유지하려는 전략이었다. 미국은 1977년 자이르(현재 콩고민주공화국)의 모부투 세세 세코 독재 정권을 대신해 구리와 코발트 광산이 위치한 자이르의 샤바(카탕가)주를 지키기 위해 군사적으로 보호했다. 친소련 앙골라와 쿠바가 지원하는 반군 세력이 지속적으로 자이르 정부의 구리 및 코발트 광산을 차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희토류 수요 공급과 무역 구도에서 1965~1983년은 마운틴패스 시기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전 세계 희토류 산업은 미국·브라질·인도·호주·남아프리카가 주도했다. 미국은 당시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접경의 세계 최대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에서 전 세계 희토류의 60%를 생산했다. 미국은 희토류 원재료 광석 채굴부터 원재료의 분리와 가공, 산화물 제조, 금속 제조, 그리고 다양한 제품화로 이어지는 일괄 공급망을 가동했다.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은 당시 세계 최대 규모로 1950년대부터 생산을 하고 있었는데 1960년대 컬러 텔레비전, 레이저, 형광 램프 등의 등장으로 활황기를 맞게 됐다. 마운틴패스 광산에 다량으로 묻혀 있는 ‘유로퓸’이라고 하는 희토류가 밝은 빛을 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 등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과 에너지 전환의 물결이 시작됐다. 2000년대는 미국·일본·유럽·중국 등 주요 국가들에서 전기차 기술 개발이 진행됐고 글로벌 기후변화 협상이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오면서 각국은 앞다퉈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도입을 서둘렀다. 1990~2010년 중국에는 희토류와 주요 희소금속 탐사와 개발, 대규모 정제 및 생산 시설이 급속히 증가했다. 1984~2010년은 중국의 희토류 독점 생산 시기이다. 2010년이 되면서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97%를 생산해냈다. 희토류와 희소금속 원료뿐 아니라 중간 가공과 소재 부품화 산업 생태계가 급속도로 구축됐다. 전 세계 희토류 영구자석의 80%가 중국에서 생산됐다.   ‘21세기 석유’라고 하는 희토류와 희소금속 원료 생산과 소재 부품화 산업 생태계가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은 1980년대 이후 희소금속 생산과 소재 부품화 기술이 지속적으로 미국·유럽·일본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결과이다. 단순히 당시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국 내 저렴한 희토류를 사용하기 위해 애플과 삼성·GM·BMW 등이 모두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던 것이다. 이렇게 미국의 러스트벨트에서 중국으로 이전된 경제적 가치가 약 4조 달러에 달한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이다.   2010년 이후 중국은 본격적으로 전기차·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 등의 첨단 제조업과 인공위성·반도체 등 디지털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전략 산업들을 지속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이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한 정책은 희토류와 수많은 희소금속 확보였다. 중국은 국내 생산 금속에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호주·중남미 등 해외에서 생산되는 금속들까지 독점적으로 차지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제는 해외에서 생산된 희토류를 수입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중국 안에서 생산된 희토류는 우선적으로 중국의 제조업에 사용하고 남는 것은 비축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특히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과 우호 관계 구축에 나서면서 희토류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근 미국의 CNBC 방송 보도에 의하면 아프가니스탄은 희토류 자원 보유 가치만 1조~3조 달러로 추정된다. 미중 세력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이 미국과 결별하고 신냉전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된 것은 이와 같이 21세기 미래 산업의 원재료를 두고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정면으로 와해시킬 노선을 택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1년에 희토류와 희소금속 비축제도를 공식적으로 마련해 중국 내 여러 장소에 희토류와 희소금속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마치 미국이 20세기에 전 세계 석유 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때 미국 영토 안에 대규모 전략 비축유를 마련하고 동시에 국제적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을 통해서도 석유 비축을 실시해 유사시 석유 비축유를 방출해 국제 석유 시장에 대한 장악을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중국에 희토류가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이 희토류 수출 자체를 줄이고 수출량 조절로 국제 희토류 가격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미국 하원 과학기술위원회는 2010년 3월 16일에 “희토류와 21세기 첨단산업”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서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작성한 광물 보고서가 공개됐다. USGS의 희토류 보고서는 청문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었다. 2005~2008년 미국은 희토류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특히 중국 수입에 91%를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이외에 미국은 프랑스에서 3%, 일본에서 3%, 러시아에서 1%, 나머지 국가들에서 2%의 희토류를 수입하고 있었다.   2008년·2009년 미국의 국내 희토류 광산 활동과 생산은 전무했다. 전 세계에서 희토류는 총 12만 4,000톤이 생산됐는데 중국의 생산량이 12만 톤에 달했다. 인도가 2,700톤으로 중국 다음으로 생산을 많이 했다. 그다음으로 미미하지만 브라질이 650톤, 말레이시아가 380톤을 생산했다. 청문회의 결론은 전기차 등 미래 첨단산업의 원료라고 할 수 있는 수많은 희소금속을 미국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20세기 자동차 산업의 원료인 석유를 장악했던 미국으로서는 전기차의 원료인 희소금속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큰 패착이며 21세기 미국의 위상 유지에 경고등이 켜졌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2022.04.07

[서울경제] 자원무기화 넘을 배터리 원료 확보 전략

[서울경제] 자원무기화 넘을 배터리 원료 확보 전략

원본 기사 링크 : https://www.sedaily.com/NewsView/264TWJWAY7/GG03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유럽·미국시장으로 확대되고 한국·중국·일본에 집중되어 있던 배터리 생산시설 지역이 유럽·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1년 11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유럽·북미는 2035년, 나머지 국가들은 2040년까지 중단한다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2030년 전기차의 내연차 추월 (전기차 비중 50%)은 전기차 보급 댓수로는 약 6000만대를 말하는 것으로 2021년 말 전기차 댓수 560만대에 비해 약 10배가 증가하는 것이다.   아직 국가나 완성차 업체별로 2040년 ‘100% 전기차 전환’이라는 이상적 목표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11개 자동차 기업들과 33개국 정부가 내연기관차 규제 선언문에 서명했으나 도요타를 비롯해 폭스바겐과 현대차, 르노닛산, 혼다, BMW, 스텔란티스는 서명하지 않았으며 미국과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도 동참하지 않았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21년 8월 ‘2030년 신규자동차 50%를 전기차로 판매’한다며 내린 행정명령은 전기차의 내연차 추월 시점을 2030년으로 설정하고 2040년 100% 전환 목표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후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내 40여개의 신규 전기차 배터리 기가팩토리 증설을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경쟁의 시각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밝히고 배터리공장 증설과 기술개발을 21세기형 ‘군비경쟁’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셀 제조를 우선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업체와 협력해 국내에서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셀 제조는 비교적 빠르게 확대할 수 있으나 공급망 재편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배터리 원자재 확보다.   미국 테슬라와 유럽의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 공급망의 최종 단계인 배터리 팩 조립에만 치중하고 배터리 원자재 채굴과 가공, 소재화, 배터리 셀 제조 단계는 한국, 중국, 일본에 90% 이상이 집중되어 있다. 중국은 배터리 원자재의 절반, 소재 가공의 3분의 2를 장악하게 되었으며 중국의 셀 제조 4개사, 한국 3개사, 일본 3개사가 전 세계 90%를 차지한다.   중국이 배터리 핵심재료인 니켈·리튬·코발트 등 생산과 가공을 장악한 가운데 배터리 원자재 가격들이 급등하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원광 수출 통제를 선언했다. 가격 상승폭이 가장 가파른 배터리 원자재가 리튬이다. 중국은 호주의 리튬원광을 수입해서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해 수출해왔으나 호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내부 리튬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남미 리튬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능력 증대에 나선 미국·유럽과 우리나라 배터리 3사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중국의 자원무기화, 인도네시아·남미의 수출통제와 자원민족주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인 배터리 공급망 위기로 불확실한 미래를 맞게 되었다. 제2의 반도체 대란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재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에너지분석기업 S&P플래츠는 최근 공급망 리스크로 인한 수정된 전기차 전망을 내놓았다. 새롭고 좀 더 보수적인 전망에 의하면 2030년까지 전기차 점유율은 연간 판매량 3000만대(비중 30%)로 전기차판매량이 내연기관차를 넘어서는 시점도 2040년이다.   공급망 위기와 중국의 자원무기화를 극복하고 ‘2040년 100% 전기차 전환’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배터리기업들의 유럽, 미국, 남미지역의 리튬 확보와 수입다변화 노력이 절실하며 정부는 자원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2022.04.25

[한국일보] 콩고에서 벌어지는 미·중 코발트 전쟁

[한국일보] 콩고에서 벌어지는 미·중 코발트 전쟁

원본 기사 링크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40610190003009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1974년 10월 30일 자이르(오늘날의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에서 32세의 도전자 무하마드 알리와 25세의 세계 챔피언 조지 포먼의 통합 헤비급 챔피언십 경기가 치러졌다. '정글의 결투(The Rumble In The Jungle)'라고 불렸던 20세기 최고의 권투 경기가 왜 중앙아프리카의 자이르라는 국가에서 열렸을까?   1930년대부터 자이르는 뛰어난 순도의 우라늄, 코발트, 구리 및 기타 광석이 대량 매장된 덕에, 세계 최고의 전략광물 공급지역으로 강대국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1939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자이르의 우라늄 확보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고, 미국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개발에 자이르에서 공급된 고급 우라늄을 사용했다.   1970년대 강대국들의 관심은 자이르의 구리와 코발트였다.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 국무장관은 자이르의 지도자 모부투 세세 세코를 백악관 공식 만찬에 초대하는 등 구리 코발트 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을 폈다. 모부투 대통령이 1974년 알리 대 포먼의 경기를 자이르에 유치하고 전 세계 시청자를 위해 현지시간 새벽 4시에 경기를 시작하게 한 것은 당시의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었다. 알리와 포먼에게 각각 500만 달러에 달하는 파이트머니도 모부투 대통령이 직접 지불했다.   1990년대 중앙아프리카의 구리벨트로 알려진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 르완다 등의 국가가 대규모 내란과 전쟁의 혼란에 빠지면서 강대국의 관심과 국제무대에서 한동안 사라지게 된다. 그러다 콩고민주공화국이 다시 강대국 세력경쟁과 국제정치 무대에 등장한 것은 2000년대 후반이었다. 2008년 콩고의 수도 킨샤샤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본국 국무부로 긴급전문이 발신된다. 중국이 콩고 정부를 위해 2,000마일의 도로건설, 31개의 병원건설, 2개의 대학, 5,000개의 정부 주택건설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콩고를 둘러싼 강대국 각축전의 주인공이 이제는 미국과 중국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새로운 전략은 구리와 코발트 개발권을 주면 콩고의 다양한 인프라를 건설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애초 콩고에 인접한 앙골라 석유개발에 막대한 일대일로 자금을 쏟아붓고 있었으나,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에 박차를 가하면서 관심을 콩고로 돌리게 된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2008년의 60억 달러 중국-콩고 코발트 계약이었다. 당시 계약에 따르면, 중국은 콩고에서 구리 1,200만 톤과 코발트 60만 톤을 생산할 수 있었으며, 콩고의 인프라에 3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2015년 '중국제조 2025 정책'과 본격적인 중국 전기차 확산에 발맞추어 콩고의 구리 및 코발트 광산 확보는 더욱 확대되었다. 콩고 주재 중국대사는 현지에서 중국-콩고 대표팀 농구경기도 추진하고 직접 점프볼을 하기도 했다. 콩고 유학생들의 중국 대학 초청도 대규모로 진행됐으며 중국 정부는 콩고 정부의 에볼라 퇴치를 위해 100만 달러를 지원했다.   2016년 말과 2019년 말 미국의 광산기업 프리포트 맥모란이 경영난 끝에 중국에 2개의 광산을 매각하면서 중국은 완전히 콩고 코발트 광산을 지배하게 되었다. 오바마와 트럼프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중국의 코발트 광산 매입을 지켜만 봤다. 이는 경제·안보 면에서 커다란 실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콩고에서 미·중 코발트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22년 2월 콩고 법원은 차이나 몰리브덴의 텡케 풍구루메 광산 운영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이 다시 콩고 코발트 개발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2022.03.10